[별무리쌤의 교실 이야기] 한국사람 박라판

양극화, 교육계의 큰 과제

학령인구 감소에도 '고수요 학생' 크게 늘어

<라판이가 만든 작품>


얼마 전 편지에 한국말이 서툰 친구들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중에 오늘은 라판이(가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라판이는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자 다문화 학생입니다. 외적으로는 한국인의 특징보다 자신의 반쪽나라인 파키스탄의 특징이 눈에 띄는데요, 아빠를 닮은 짙은 눈썹과 짙은 쌍꺼풀, 긴 속눈썹 덕분에 웃는 얼굴이 참 예쁩니다. 교실 청소에도 진심이라 바지가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교실 쓸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저 또한 절로 웃음이 납니다.


사실 라판이는 5학년인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고 학습에 도움이 필요한 특수교육 대상자입니다. 게다가 어릴 때 꽤 오랫동안 파키스탄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온 터라 더욱 한국어 소통이 힘들어졌습니다. 라판이가 이름을 아는 친구는 우리 반에 3명뿐입니다. 아직 담임선생님인 제 이름도 외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요즘 우리 반 최대 미션은 '라판이에게 자기 이름 가르쳐주기'입니다.


비록 한국말은 조금 서툴지만, 라판이가 다른 친구들만큼 잘하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종이로 작품 만들기입니다. 처음에는 종이 접기로 비행기 수십대를 만들 정도로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종이 접기에 금방 흥미를 잃길래 원인을 찾다 보니 라판이에게 개인 학용품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매일 친구에게 연필이며 가위를 빌려 쓰다 보니 번거로워 종이 접기만 하다 결국에는 지겨워진 겁니다.


저는 연필, 풀, 가위, 자, 색연필 등 여러 가지 학용품이 담긴 필통을 라판이에게 선물했습니다. 제 깜짝 선물에 라판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필통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후 라얀이의 만들기 작품은 자르고 붙이고 그리기까지 더해져 한층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이동수업 때도 필통을 소중히 꼭꼭 챙겨 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마음이 저릿하기도 합니다.


최근 20년간 학령인구가 3분의 1 이상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학생과 특수교육 대상자, 기초학력 미달 학생 등 추가적인 교육지원을 필요로 하는 '고수요 학생'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라판이 같은 경우가 해당되겠지요. 어떤 한국 아이는 의대를 가기 위해 선행 학습을 하고 ai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떤 교육을 미리 받아야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가 하면, 어떤 한국 아이는 연필도 없이 우리말도 하지 못하는 외국인의 얼굴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 문제가 앞으로 교육계의 큰 과제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사뿐 아니라 앞으로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어른이면 한 번쯤 숙고해 봐야 할 우리의 현실 아닐까요?




*다문화 학생 13년 새 4.3배 증가...특수학급·기초학력 미달 학생도 늘어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72131



K People Focus 별무리쌤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안녕하세요. 격주로 진짜 교실의 이야기를 담은 칼럼을 쓰게 된 함께성장인문학 연구원 43기 별무리쌤입니다. 치유와 코칭 백일 쓰기, 인문의 숲 과정을 거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들을 글로써 독자들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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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7.15 09:20 수정 2026.07.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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