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재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장치로 도입되었지만, 운영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형식적 참여"에 머무르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제도의 외형적 확대를 넘어, "실질적 정책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문제 지적을 넘어, 실행 가능한 정책 대안을 중심으로 제도의 재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 간 주민참여예산 규모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예산 규모가 크게 좌우되는 구조에서는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주민참여예산 반영 비율을 권고 기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 평가 및 재정 인센티브 제도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행정안전부 차원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보다 구체화하여, 최소한의 운영 기준을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 주민참여예산 교육은 ‘상설·체계화’가 핵심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단발성 설명회 중심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상시 운영되는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기본 교육을 상시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는 토론형·실습형 교육을 병행하는 이중 구조가 바람직하다. 또한 기초과정, 심화과정, 실무과정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교육 체계를 설계하여 주민의 역량을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주민참여예산 교육센터’ 또는 전담 기능을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강사 관리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정책 이해와 의사결정 역량을 높이는 과정이므로, 강사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일정한 자격 기준을 갖춘 강사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나아가 강사 평가, 재교육, 인증 갱신 제도를 통해 지속적인 품질 관리를 실시함으로써 교육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교육청의 시민참여예산제는 양적·질적 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교육청 단위의 참여예산은 규모와 운영 측면에서 모두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청 예산 중 일정 비율을 시민참여예산으로 의무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확대하고, 학교 단위의 참여예산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교육자치의 실질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 학생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은 민주시민교육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섯째, 참여의 지속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참여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의 공모 중심 방식은 참여자의 반복성과 편중 문제를 낳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예산학교’를 제도화하고, 읍·면·동 단위까지 확대 운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동형 교육 프로그램, 생활권 단위 소규모 설명회, 온라인 참여 플랫폼 활성화 등을 통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특히 청년, 고령층, 사회적 약자 등 참여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주민참여예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참여 이후 단계’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주민이 제안한 사업이 실제 예산에 어떻게 반영되고, 집행 과정에서 어떻게 추진되는지에 대한 정보 제공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사업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선정 이후에는 사업 추진 현황을 공개하는 ‘참여예산 이행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주민의 신뢰를 높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단순히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아니라, 주민이 지역 정책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제도의 성공 여부는 참여의 ‘숫자’가 아니라 ‘내용과 영향력’에 의해 결정된다.
이제는 형식적 운영에서 벗어나 제도의 내실화를 위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정 참여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교육과 참여 기반을 체계화하며, 참여 결과가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질 때,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비로소 지방자치의 핵심 제도로서 제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다.
▷법학박사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저서> 「주민참여예산의 이해와 운영 전략」 (2026,공저)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