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먹는하마] 박지은 대표 |
요즘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 중 하나는 단연 ‘문해력’입니다. 언론에서도, 학교에서도, 국가에서도 문해력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지금 아이들의 읽기 능력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는 뜻일 것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그 이유를 금방 느끼게 됩니다. 글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를 끝까지 읽지 못하며, 긴 글만 나오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문해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답은 비슷합니다.
“책을 많이 읽히세요.”
물론 독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미 아이들은 숏폼의 빠른 자극에 익숙해져 있고, 긴 글은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만나오며 저는 오래 고민했습니다.
왜 아이들은 책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왜 읽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을까?
그리고 그 고민 끝에서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곳은 많지만, 정작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읽는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책만 들이미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책이 어려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독서량이 아니라,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읽기의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 사고력 독서 ‘초서하다’입니다.
다산 정약용의 초서 독서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초서하다’는 단순히 책을 읽고 끝나는 방식이 아닙니다. 읽기 전 구조를 이해하고, 읽으며 생각하고, 핵심을 정리하고,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까지 함께하는 훈련입니다. 즉, “많이 읽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읽을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교육”에 가깝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아이들도 낯설어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책을 힘들어하던 아이가 책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글을 대충 읽던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며 읽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히 독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학 문제를 이해하는 힘, 교과서를 받아들이는 힘, 스스로 공부하는 힘까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결국 문해력은 단순히 국어 실력이 아니라, 모든 공부의 바탕이 되는 힘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정보가 아닙니다. 천천히 읽고, 깊게 이해하고, 자기 생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힘입니다. 진짜 문해력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