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수사·기소 분리, 72년 만의 대전환과 남은 과제

조직의 분리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권리 보호'다

▲박동명/한국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 주)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72년 만의 제도 개편이다. 이번 칼럼은 박동명 법학박사가 제도 변화의 의미와 남은 과제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이다. 박 박사는 국민대학교 외래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법제도와 공공정책 분야의 연구와 정책 제언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형사사법체계가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이어져 온 검찰 중심의 형사사법 구조가 72년 만에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2026년 3월 24일 공포되었으며,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검찰청은 폐지되고 법무부장관 소속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의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수사와 공소 기능을 서로 다른 기관에 맡겨 권한 집중을 완화하고 상호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제도 개편의 기본 방향이다.


그러나 기관의 명칭과 소속을 바꾸는 것만으로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중수청·공소청·법원·특별사법경찰이 하나의 형사절차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수사 책임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개혁의 성패는 권한을 얼마나 나누었느냐보다 그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얼마나 정교하게 메우느냐에 달려 있다.


190여 건에 이르는 후속 입법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2026년 8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정비해야 할 관련 법률이 약 19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단순히 법률상의 기관 명칭을 바꾸는 조항도 있지만, 수사기관 간 권한과 책임, 사건 송치, 영장청구, 피해자 보호 등 내용을 실질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하는 법률도 포함된다.


시행일까지 남은 기간이 짧다고 해서 속도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법률과 시행령, 수사준칙, 기관 간 업무규정을 동시에 정비하는 과정에서 권한의 중복이나 책임의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 후속 입법은 신속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률과 제도 사이의 정합성이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종결했는데 공소청 검사가 수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피해자가 불송치 결정에 불복할 때 어느 기관이 이를 다시 심사할 것인지, 기관 간 의견이 충돌할 경우 누가 조정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기관 간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사실관계를 충실히 규명하고, 공소기관은 증거와 법리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두 기관 사이에 적법하고 투명한 협력절차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고 국민이 불편을 감수하는 이른바 ‘사건 핑퐁’이 나타날 수 있다.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검사가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구조를 중심으로 형사절차를 재편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공소청 검사는 공소제기와 유지, 영장청구 등 공소기관의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증거가 부족하거나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한 경우 이를 실질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보완수사 요구가 단순한 의견 전달에 그치고 수사기관이 이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면 부실수사의 부담은 피해자와 법원이 떠안게 된다.


반대로 보완수사 요구가 과거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통로가 되어서도 안 된다. 요구의 사유와 범위, 처리기한, 이행 결과의 통보, 기관 간 이견 조정 절차를 법률과 하위 규정에 명확히 정해야 한다. 수사의 독립성과 공소의 적정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전건송치는 확정이 아니라 후속 과제


정치권에서는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7대 범죄’에 대해 전건송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개별법을 개정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도 공소기관이 다시 검토하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된 제도가 아니라 후속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안이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와 경제적·정서적 관계에 놓여 있거나 충분히 진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불송치 결정이 사실상 최종 판단이 되지 않도록 한 번 더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취지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다만 전건송치의 범위를 특정 범죄명만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범죄의 중대성, 피해자의 취약성, 증거의 복잡성, 공익적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강력범죄나 조직적 경제범죄 등에서도 부실수사나 법리 오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경찰과 중수청, 공소청을 오가며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도록 사건 안내와 이의신청 절차도 단순화해야 한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하여 수사기록과 처분 결과가 안전하고 신속하게 연계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판 장기화에 대비해야


법원행정처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이후 법정에서 증거조사와 심리가 더욱 충실하게 이루어질 경우 재판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사가 충분히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가 이루어지면 법원이 추가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2개월이다. 다만 특히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두 차례에 한해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다. 따라서 제1심에서는 법원의 구속기간 갱신 결정이 두 차례 이루어질 경우 최대 6개월까지 구속이 가능하다. 검사의 신청만으로 자동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구속의 필요성을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중대하고 복잡한 사건의 재판이 장기화되면 구속기간이 끝나기 전에 심리를 마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재판 편의를 이유로 구속기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과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구속기간을 조정해야 한다면 대상 범죄와 요건을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 도주나 증거인멸 위험을 개별적으로 심사하고, 주거 제한이나 전자적 감독 등 조건부 석방제도와 보석제도를 함께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직·인사·예산의 투명성


공소청과 중수청의 설치 법률은 이미 공포되었고, 중수청장 및 소속 공무원의 임명과 각종 위원회 구성 등 개청 준비행위를 법 시행 전에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검찰청 소속 검사와 공무원의 공소청 또는 중수청 전환에 관한 경과조치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법률상의 경과규정만으로 새로운 조직이 안정적으로 출범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인력이 어느 기관으로 이동하는지, 공소청 검사와 중수청 수사관의 정원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 진행 중인 사건과 기록은 어떻게 이관할 것인지, 청사와 장비, 정보시스템은 준비되어 있는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소청과 중수청 간 인사교류가 지나치게 자유로우면 기관을 분리한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 반대로 인적 단절만 강조하면 기존 수사 경험과 전문성이 사라질 수 있다. 전문성의 승계와 기관의 독립성을 함께 보장하는 인사 원칙이 필요하다.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설치되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도 중요하다. 사건 배당과 수사 착수·종결 과정에서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이의를 제기한 수사관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별사법경찰 통제 강화


특별사법경찰은 노동·환경·식품·조세·산림·철도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수사권을 행사한다. 검사의 수사지휘 관계가 협력 관계로 전환된다면 특사경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권한 남용과 부실수사를 막을 새로운 통제체계가 필요하다.


수사 개시와 강제처분, 사건 종결 과정에서 기록을 충실히 남기고, 피의자와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수사관의 자격과 교육 기준, 인권교육, 외부 평가도 강화해야 한다. 기존의 통제장치를 없앤 자리에 아무런 대체 장치도 두지 않는다면 권한의 분산이 책임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사절차법 제정 검토


수사기관이 다원화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어느 기관이 수사하더라도 국민이 동일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는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


체포·압수·수색·피의자신문·디지털 증거 수집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 변호인의 참여권, 조사과정의 기록, 취약계층 보호, 사건 이송과 이의신청 절차 등을 포괄하는 별도의 수사절차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법률의 명칭이 아니다. 경찰이나 중수청, 특별사법경찰 등 어느 기관이 수사하더라도 공권력이 시민의 신체와 주거, 통신과 개인정보에 개입할 때에는 동일한 인권보호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분산해야


공소청이 기존 검찰청의 수직적 지휘체계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기관 명칭만 바뀌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중앙 공소청장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지방공소청이 지역의 사건 특성과 주민의 요구에 책임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지방공소청의 자율성이 사건 처리의 지역별 편차나 지역 권력의 영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공소 기준과 인권보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사건의 처리에서는 부당한 중앙집권적 개입을 차단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번 개혁을 두고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기관이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다. 범죄가 제대로 수사되는지,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는지, 피해자가 신속하게 보호받는지, 권력형 범죄가 성역 없이 처리되는지가 판단의 기준이어야 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권한을 여러 기관으로 나누었다고 해서 형사사법의 정의가 저절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권한과 함께 책임까지 불분명해져 누구도 사건의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다면 개혁은 오히려 국민에게 더 큰 불편과 불안을 줄 수 있다.


오는 2026년 10월 2일은 검찰청의 간판이 내려가고 두 개의 새로운 기관이 출범하는 날을 넘어, 국가 형벌권을 어떻게 분산하고 통제할 것인지가 시험대에 오르는 날이다.


72년 만의 대전환을 성공시키려면 정치적 속도전보다 법률의 정합성, 조직의 준비, 기관 간 협력,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개혁의 성패는 검찰의 권한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얼마나 더 두텁게 보호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박동명

▷법학박사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저서> 「지방의회 운영실무」 (2026,공저) 등 다수



작성 2026.08.04 19:29 수정 2026.08.0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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