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들의 성장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고, 어려움을 이겨내 결국 성공한 선수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이야기를 보며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선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훈련하여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동기를 준다.
그러나 여기서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결핍 자체가 선수를 강하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스포츠 현장에서 오랜 시간 선수와 학생들을 지도하며 많은 성장 과정을 지켜보았다. 같은 어려움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결과는 모두 달랐다. 어떤 학생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더욱 강한 목표의식을 갖게 되었지만, 어떤 학생은 경제적 부담과 주변 환경의 제약으로 결국 자신이 좋아하던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결핍을 단순히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운동선수에게 경제적 환경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농구화 한 켤레를 구입하는 것부터 훈련비, 대회 참가비, 교통비, 식비에 이르기까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유소년과 청소년 시기에는 스스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가정의 지원 여부가 운동 지속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못하거나 대회 참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공한 선수들의 과거를 바라보며 “가난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결핍을 낭만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결핍은 때때로 목표를 더욱 간절하게 만들 수 있다. 어려운 환경은 성취동기를 높이고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회복탄력성이 형성되고, 자신이 선택한 운동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모든 선수에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 과정에서 누가 그 선수의 곁에 있었는가에 주목하고 싶다.
운동선수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이 존재한다. 묵묵히 자녀의 운동을 응원해 준 부모가 있을 수도 있고,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 준 지도자가 있을 수도 있다. 때로는 팀 동료와 학교, 지역사회, 장학제도와 후원자가 선수의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결국 결핍을 성장의 자원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결핍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어려움을 견디고 넘어설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회적 지원과 선수 자신의 심리적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현장에서 지도자의 역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하다.
지도자는 선수에게 기술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선수의 환경을 이해하고, 가능성을 발견하며, 때로는 한 번 더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경제적 환경이 어렵거나 부모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해서 그 선수의 가능성까지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도자는 선수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나는 농구를 지도하면서 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농구를 잘하는 학생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훈련하는 학생, 실패하고도 다시 도전하는 학생, 어려운 환경에서도 체육관에 나오는 학생의 노력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때로는 지도자의 짧은 말 한마디가 선수에게 큰 힘이 된다.
“너는 할 수 있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포기하지 말고 한 번 더 해보자.”
어른들에게는 평범한 말일 수 있지만, 성장기의 선수에게는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믿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선수는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자기효능감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더 큰 목표를 향해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스포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성공한 선수의 화려한 결과만이 아니다. 그 선수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누가 그 선수에게 손을 내밀었는지, 어떤 지도자가 가능성을 발견했는지, 그리고 어떤 지원체계가 선수의 꿈을 지켜주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연구에서도 이러한 질문은 중요하다.
“성장기의 경제적 결핍 경험은 운동선수의 성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더 나아가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결핍은 어떠한 조건에서 성장의 장벽이 되고, 어떠한 조건에서 성장의 자원으로 전환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환경뿐 아니라 가족의 지원, 코치의 사회적 지지, 스포츠 시설과 장비에 대한 접근성, 자기효능감, 회복탄력성, 성취동기, 학업과 운동의 양립, 부상과 중도탈락 경험 등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결국 선수의 성장 과정은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스포츠교육이 선수들에게 단순히 “어려움을 이겨내라”고 이야기하는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을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도록 요구하기보다, 그 어려움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스포츠교육과 지도자의 중요한 책임이다.
결핍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며,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얼마나 많은 지지와 기회를 만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느냐에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결핍이 선수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결핍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도록 손을 잡아준 사람과 환경이 선수를 강하게 만든다.
따라서 스포츠 현장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성공한 선수의 어려웠던 과거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 때문에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지 못하는 또 다른 선수가 생기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한 명의 선수를 성장시키는 데에는 재능과 노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가족, 지도자, 학교, 팀 그리고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지원과 기회가 필요하다. 어쩌면 좋은 스포츠교육이란 특별한 선수를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환경 때문에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선수가 생기지 않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스포츠교육이며, 우리 사회가 선수들의 성장 이야기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되었으면 한다.

#AI로 제작한 이미지 - 이형주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