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둔 초가을, 조상의 묘소를 찾아 풀을 베고 다듬는 벌초는 효(孝)의 시작이자 오랜 미풍양속이다. 그러나 해마다 이맘때면 정성을 다하려던 자리가 순식간에 응급실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된다.
소방청과 한국소비자원의 위해정보국제동향(CISS)에 따르면, 1년 중 벌 쏘임과 예초기 안전사고의 70~80%가 8월과 9월에 집중된다. 특히 예초기 부상의 절반(50%)은 다리와 발에 집중되며, 파편 비산에 의한 안면 손상도 15%에 달한다. 자연과 기계를 다루는 작업인 만큼, 막연한 경험보다 철저한 안전 매뉴얼 준수가 선행되어야 한다.
방어적 장비 착용과 복장 점검이 기본이다
벌초의 시작은 작업 도구가 아닌 신체 보호장구(PPE) 점검에서 출발한다. 총알처럼 튀어 오르는 돌과 파편을 막기 위해 메쉬 안면보호구 또는 폴리카보네이트 방탄 보안경, 하드쉘 정강이 보호대, 안전화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복장은 어두운색보다 흰색이나 노란색 등 밝은색 계열의 긴소매 옷을 입어야 한다. 말벌은 천적인 곰이나 오소리를 연상시키는 검은색·어두운색 계열에 강한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기 전, 3분의 정적이 생명을 지킨다
산소에 도착하자마자 예초기 시동부터 거는 행위는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기계 소음과 진동은 땅속이나 풀숲에 집을 짓는 장수말벌과 땅벌을 자극해 집단 공격을 유발한다.
묘소 10m 밖에서 3~5분간 머물며 벌의 비행 궤적을 살피고, 긴 막대기로 풀숲을 가볍게 두드려 벌집과 뱀의 유무를 사전 확인해야 한다. 만약 벌집을 건드렸다면 현장에서 살충제를 뿌리며 맞서지 말고, 바람을 등진 채 20~30m 이상 신속히 벗어나는 것이 정석이다.
기계의 회전 원리를 이해한 단계별 작업
예초기는 날이 시계 반대 방향(좌측)으로 회전하므로, 진행 방향은 반드시 ‘우측에서 좌측’이어야 파편이 작업자 바깥쪽으로 튕겨 나간다. 초보자는 반동(킥백) 위험이 큰 2도 쇠칼날 대신 나일론 줄날이나 안전날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작업 순서 역시 철저히 단계화해야 한다. 먼저 진입로와 외곽을 베어 비상 도피 경로를 확보한 뒤, 묘역 내 돌과 나뭇가지를 맨손으로 치워야 한다.
이후 평지(활개·사성)를 정리하고, 경사면인 봉분은 잔디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윗부분에서 아래로 3~5cm 높이를 유지하며 다듬는 것이 효율적이다. 작업 반경 15m 이내에는 동행자의 접근을 철저히 금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현장 응급처치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도 숙지해야 한다. 벌에 쏘였을 경우 손톱이나 핀셋으로 집으면 독 주머니가 터질 수 있으므로, 신용카드 등으로 피부를 살살 밀어내 침을 제거하고 냉찜질을 시행한다. 호흡곤란, 어지럼증, 전신 두드러기 등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예초기 파편으로 인한 상처는 깨끗한 물로 씻고 멸균 거즈로 압박 지혈하되, 흙에 의한 파상풍 감염 위험을 고려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조상을 기리는 정성은 안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온전히 빛을 발한다. 철저한 보호장비 착용, 현장 위험 사전 확인, 원칙에 충실한 예초기 조작만이 뜻깊은 명절을 안전하게 맞이하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