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김훈의 단편 '영자'에서 보는 이 시대의 모순 바라보기

민병식

이 작품은 2014년 문학동네 겨울호에 실린 단편 소설이며, 작가의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의 다섯 번째 작이다. 김훈 작가는 이 소설집을 ‘군말’이라고 이름 붙이면서까지  “나는 한 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화자는 구준생(9급 공무원 준비생)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어부다. 그러나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4.5톤 연안 걸그물 어선을 팔고 화자인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화자는 공무원 시험에서 한 번 떨어져 재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편지는 내년부터 다달이 돈을 보내줄 수가 없으니 9급인지 10급인지 빨리 붙어서 너의 두 발로 서는 꼴을 보여 달라는 내용이었다.

 

화자는  생활비와 섹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거 파트너 구하는 사이트에 글을 올려 연락이 온 세 명의 여자를 차례로 만나본 후 영자가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한다. 영자는 월세를 분담하지 않기로 하고 그렇게 1년을 동거했다. 그해 가을, 9급 공무원에 합격하여 시골 마장면사무소에 서기보로 들어갔다. 월급 타서 방세 내고 밥 사 먹고 마을 노인들 잔치에 축의금 내고 초상 때 부의금 내고 경로잔치 때 떡값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없었지만 아버지의 돈을 받지 않고도 연명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9급 공무원이 된 화자는 공무원 생활의 공허함과 5급 사무관이 된 동갑내기의 축하 현수막을 붙이면서 괴리감을 느낀다. 화자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공무원 시험에 집착했을까.

1년을 동거한 영자의 신변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다. 만나고, 공부하고, 섹스하고, 헤어진 것만 있다. 발령이 나면서 기약도 없이 헤어진 것이다. 전화를 해보았다. 착신이 정지되어 있다.

 

작품은 먹고 살기 위해 너도나도 내몰린 공무원 준비생의 일상을 묘사한다. 적성, 꿈, 희망 이런 것은 깡그리 무시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 작품이라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작가는 작품 해석의 초점을 젊은이 들이 살아가기에 조악한 현실에 맞추려 한다.

 

작품을 썼던 그 시대와 지금의 현실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 치열하게 공부해 어렵게 된 공무원을 임용 후 얼마 다니지 않고 사표를 내버리는 젊은이들을 종종 마주하곤 한다. 어쩌면 더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희망 없이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아 가면서 국민 세금으로 편하게 먹고산다는 말을 들으며 하루 종일 민원에 시달리는 직종이 공무원이다. 이제는 공부로 노력을 해도 한계가 있는 세상이다. 사법시험도 없어진 지 오래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통용되지 않는다. 

 

올해 어느 군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민생지원금을 추진했다. 고물가와 경제침체로 인한 생활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한 취지는 좋으나 예산이 문제였다. 결국 군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였고 이에 일부 단체가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 걸었다. 군민의 지원금에 대한 요구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재원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고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어떻게 써야 효율적인지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자치단체장의 치적이나 홍보를 위한 예산 사용보다는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예산을 사용해야 하고 국민도 자치단체의 공짜 돈에 익숙해져서는 아니 된다. 나누어준 민생지원금은 다시 내게 세금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09.23 10:59 수정 2026.09.23 11:11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한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는 뉴스 더초이스
더초이스 비즈니스 어워즈 고객의 선택과 신뢰를 공식적인 브랜드 가치로 증..
더초이스 비즈니스 어워즈 고객의 선택과 신뢰를 공식적인 브랜드 가치로 증..
초청 전문 기자단 모집_더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