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대 칼럼] 통계 너머의 삶

문용대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 81세 안팎. 동년배 남성 10명 중 3명은 이미 세상에 없다. 내 나이는 통계적으로 삶의 속도를 줄이고 정돈하는 시기라지만, 나의 아침은 여전히 일터로 향하는 신발 끈을 매는 것으로 시작된다. 75세 이상 남성 중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비율은 약 26~27%. 4명 중 1명에 속하는 이 '현역의 리듬'이 나를 매일 생동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나이에 왜 일하느냐"는 시선은 둘로 갈린다. 정정하다는 감탄 뒤에는 오죽하면 일을 놓지 못할까 하는 짐작이 숨어 있다. 실제로 이 나이대 대부분은 생계 때문에 일한다고 하니, 내가 아무리 즐거워서라 말해도 고단함을 감추는 표정으로 비칠 수 있음을 안다. 일을 그만두는 것이 두려워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헷갈릴 때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매일 아침 출근길을 걷는 일이 내게는 하루 중 가장 맑은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동년배의 90% 이상이 만성질환으로 약을 먹지만, 나는 병으로 먹는 약이 없다. 자전거와 등산, 걷는 습관 덕분이라지만, 이를 두고 복이 많다거나 자랑스럽다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내일 당장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을 오늘 가졌다고 해서 진정 내 것이라 우길 수 있을까.

 

약통 대신 든 색소폰의 울림은 폐활량을 늘려주고, 수필을 쓰고 소설을 구상하는 일은 뇌를 깨우는 고차원적인 운동이 된다. 젊은 날엔 요란한 꿈을 꾸기도 했지만, 지금 이 연주와 글쓰기는 하루 끝에 숨을 고르는 방식일 뿐이다. 누가 읽어줄지는 중요하지 않다. 쓰는 동안만큼은 살아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받을 뿐이다.

 

돌아보면 나의 삶은 늘 통계적 희소성 속에 있다. 최루탄 가스 자욱하던 방위산업체 현장에서 뜨거운 노동을 견딜 때부터 곁을 지켜준 아내가 올해로 51년째 내 옆에 있다. 오십일 년이라는 세월을 말할 때마다, 이것이 우리의 공로인지 그저 긴 시간을 견뎌낸 우연인지 헷갈린다. 다툼보다 오래 지속된 무언가를 사랑이라 불러야 할지, 습관이라 해야 할지 이 나이가 되어도 정답은 모른다.

 

얼마 전, 건강과 일, 오래된 결혼과 취미를 모두 갖춘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상위 1%를 넘어 만 명 중 한 명에게 허락된 통계적 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숫자를 마주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래 일하는 것이 대단함일 수도, 궁핍함일 수도 있듯, 희귀함과 행복은 전혀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행복한 사람인가. 이 질문 앞에 서면 자꾸 겸손해진다. 남들이 내 삶을 어떻게 보든 그것은 그들의 몫이다. 건강도, 51년의 결혼도, 일도 모두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문득 빌려온 것들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빌린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으려 오늘도 걷고, 연주하고, 쓴다. 세상은 나를 '76세 고령 인구'라는 수치로 가둘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를 '진행형의 현역'이라 부르고 싶다.

 

진정한 행복이란 남의 시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는 데서 오는 평화가 아닐까. 내일도 나는 묵묵히 걸어 출근할 것이고, 저녁이면 아내가 끓여준 차를 마시며 색소폰을 불고 글을 쓸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지금, 내 생애 가장 완벽하고도 조심스러운 1%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문용대]

한국수필 수필문학상 수상

문학고을 소설문학상 수상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코스미안뉴스, 브레이크뉴스 고정 필진

한국예인문학, 지필문학, 대한문학, 각종 문학카페 활동

대한문학 부회장, 지필문학 이사

수필집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영원을 향한 선택’

이메일 : myd1800@hanmail.net

 

작성 2026.09.24 09:01 수정 2026.09.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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