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기행] 간월암에서 만공 선사를 만나다

돌섬 위에 연꽃 형상으로 피어난 암자

서산 간척지가 있는 천수만의 간월도에 딸린 작은 돌섬 위에 연꽃 형상으로 피어난 암자가 간월암이다.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고 물이 차면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간월암은 하루에 두 번씩 뭍이 되었다가 섬이 되기를 반복한다. 

 

본섬인 간월도는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된 섬이다. 1980년대에 간척을 하기 전에는 천수만 한가운데 떠 있던 외딴 섬이었다. 가끔 굴 양식 배가 드나들던 간월도는 지금은 매립이 되어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간월암은 비록 작은 암자이지만 한국불교와 관련된 역사의 향기는 대단한 곳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하고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해인삼매海印三昧의 경지였을까. 번뇌의 파도가 잠든 고요한 지혜의 바다에 은은한 달빛이 비치자 홀연히 우주의 참모습이 뚜렷이 나타났을 것이다. 

 

당시 무학사라 부르던 절은 조선조의 억불정책 때문이었는지 세월이 지남에 따라 폐허가 되었지만 1914년 만공 대선사가 다시 중건하여 오늘의 간월암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마침 물이 빠져 나간 시간이라 걸어서 간월암으로 들어갔다. 입구의 해탈문으로 들어서니 법당과 작은 전각들이 반긴다. 그 중에는 산신각과 용왕당도 있다. 섬이니까 민간신앙을 포용한 용왕당은 있을 법한데 산도 없는 곳에 산신각이 있는 것이 이채롭다.

 

간월암은 덕숭산 수덕사에서 관리하는 암자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근대 한국 선불교의 불씨를 살려낸 경허선사의 법맥과 관련이 있다. 경허의 제자였던 만공은 일제 치하에서 조국의 해방을 기원하는 천일기도를 여기 간월암에서 했다. 기도가 끝나고 회향한 다음날 해방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선사는 열반에 들었다. 열반 직전에 깨끗이 면도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남긴 말은 유명하다.

 

“여보게! 자네와 나는 오늘 이별이라네. 그동안 고마웠네...”

 

육신의 껍질을 벗기 전에 그는 이미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삼성각의 촛불이 역광 속에 가물거릴 즈음, 어디서 몰려온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절 마당으로 들이닥쳤다. 잠시 후 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간월암은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저런 소란도 인연 따라 일어났다가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는 것인가 보다.  

 

물이 차기 전에 간월암을 빠져나오면서 뒤돌아본 풍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산죽 울타리 너머로 세월을 말하는 모감주나무와 팽나무가 암자를 감싸니 섬은 일시에 한송이 연꽃이 되어 바다위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섬에 다시 물이 차고 있었다.

 

 

[이봉수 논설주간]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https://myisoonsinxsz.zaemit.com/

 

작성 2026.10.02 09:17 수정 2026.10.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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