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부 나탄즈(Natanz) 핵시설 인근에 건설 중인 초심도 지하 시설이 미국과 이란의 새로운 군사적 대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이뤄지지 않은 이 시설은 공개 위성영상과 핵확산 연구기관들의 분석을 통해 존재가 확인되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향후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해당 시설이 평화적 핵 활동을 위한 방호시설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시설은 이란 이스파한주 나탄즈 핵단지 남쪽 카르카스 산맥 내부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방에서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으로 불리며, 현지에서는 '쿠에 콜랑 가즈(Kuh-e Kolang Gaz)'로 알려져 있다. 상업위성 영상에서는 대형 터널 입구와 굴착 공사가 수년간 계속 진행되는 모습이 확인됐지만, 시설 내부 구조와 실제 운용 목적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해당 시설 내부를 직접 사찰한 적이 없으며,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우라늄 농축시설인지, 원심분리기 생산시설인지, 또는 단순 방호시설인지를 단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란이 핵 관련 시설을 보다 깊은 지하 공간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시설의 깊이와 지질 구조 때문이다. 공개된 위성영상 분석과 핵확산 연구기관들의 보고서는 해당 시설이 단단한 화강암 산악지형 내부에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일반적인 지하시설보다 방호력이 높아 재래식 정밀유도무기로 직접 파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보유한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는 현재 운용 중인 최대급 재래식 벙커버스터로 B-2 스텔스 폭격기에서 운용된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목표물의 실제 깊이와 암반 구조, 내부 방호시설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단 한 차례의 공격만으로 시설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한다. 공개된 연구에서도 벙커버스터의 실제 관통 성능은 지반 조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은 직접 관통보다 다양한 대안을 함께 거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터널 입구와 환기시설, 전력 공급망 등 외부 기반시설을 정밀 타격해 시설 운영을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동일 지점을 반복 공격하는 연속 타격이나 사이버 공격을 병행하는 시나리오도 공개 분석에서 언급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문가들의 군사적 가정이며 미국 정부가 공식 채택한 작전계획은 아니다.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 일정 수준 이상 진전될 경우 군사적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국가 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한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군사행동이 이뤄질 경우 시설 파괴 여부보다 이후의 파급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과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을 활용해 대응할 경우 국제 원유 공급망과 해상 물류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 차질은 국제 에너지 가격과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현재까지 확인된 공개 자료를 종합하면 곡괭이산 시설은 분명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목하는 전략적 시설 가운데 하나이지만, 내부 기능과 군사적 가치, 실제 공격 계획 등은 상당 부분이 공개 정보와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상황은 미국과 이란의 공식 발표,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여부, 추가 위성영상 분석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