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AI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가 실험 단계를 넘어 상용 서비스로 확산하고 있다. 바이두와 징둥 등 대형 플랫폼은 디지털 휴먼 쇼호스트를 실제 판매 현장에 투입했고,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AI 방송 서비스도 24시간 운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사람을 닮은 AI’ 자체가 아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사람이 하던 방송 노동의 상당 부분을 AI가 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상품을 설명하고, 시청자의 질문에 답하고, 방송 화면을 전환하고, 특정 시간대에 방송을 이어가는 일까지 AI가 수행한다. 인간 쇼호스트가 방송하는 시간에는 사람을 활용하고, 심야나 비혼잡 시간대에는 디지털 휴먼이 방송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중국 바이두(百度)의 디지털 휴먼 플랫폼 바이두 이징(百度一镜)이다. 바이두는 2025년 디지털 휴먼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여러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바이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휴먼 기술을 적용한 방송은 2025년 6월 바이두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진행된 뤄융하오(罗永浩) 디지털 휴먼 라이브 방송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디지털 휴먼은 실제 유명 쇼호스트인 뤄융하오를 재현해 장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바이두는 해당 방송에서 1300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방송을 봤고 거래액(GMV)이 5500만 위안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방송은 6시간 이상 이어졌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단순한 ‘가상 인간’의 등장에 있지 않다. 바이두는 디지털 휴먼이 음성·표정·동작을 결합해 상품을 설명하고, 시청자의 질문에 대응하도록 기술을 구성했다. 또 디지털 휴먼을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상업적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바이두는 자사 기술이 10만 개 이상의 디지털 휴먼을 제작했고, 전자상거래·교육·법률 등 30개 이상의 업종에 적용됐다고 설명한다.
다만 뤄융하오 디지털 휴먼의 첫 방송 날짜는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다. 바이두 공식 자료는 6월 15일을 언급하지만 다른 바이두 자료에는 6월 17일로 표기돼 있어, 최종 발행본에서는 원방송 기록을 한 차례 더 대조할 필요가 있다. 징둥은 ‘AI 쇼호스트’를 상점의 기본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징둥(京东)은 보다 대중적인 방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징둥의 AI 디지털 휴먼 서비스 JoyStreamer는 기존의 단순한 디지털 아바타 방송을 넘어 상품 설명과 시청자 응답, 방송 진행 등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징둥이 2026년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JoyStreamer는 당시 7만 곳이 넘는 상점에서 사용되고 있었으며, 2026년 1분기 디지털 휴먼 방송 개시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10배 증가했다. 징둥은 2026년 618 행사에서 JoyStreamer를 ‘AI 라이브커머스 성장 중추’로 확장하면서 방송 기획과 상품 전시, 진행, 구매 유도, 방송 결과 분석까지 기능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징둥이 제시하는 운영 방식은 중국 AI 라이브커머스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AI가 인간 쇼호스트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보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AI가 채우는 방식이다. 실제로 징둥의 과거 디지털 휴먼 서비스인 징둥윈 옌시(京东云言犀)는 심야 방송에 투입된 사례가 있다. 한 방송에서는 자정부터 10시간 동안 디지털 휴먼이 방송했고, 또 다른 사례에서는 28시간 연속 방송을 진행했다고 관련 자료는 소개한다.
2026년에는 이 같은 방식이 특정 실험을 넘어 플랫폼 차원의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징둥 관련 자료에서는 디지털 휴먼 방송이 7만 곳 이상의 상점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디지털 휴먼 방송의 고객 체류 시간이 인간 방송보다 높았다는 수치도 제시됐다. 다만 이러한 성과 수치는 개별 기업 또는 징둥 측 발표에 해당하므로 전체 시장의 일반적인 성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중소상공인 시장에서는 ‘60초 개통’까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대형 플랫폼만 AI 쇼호스트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AI 라이브커머스 기업 링시선즈(灵犀深智)가 운영하는 먀오보(秒播)는 중소상공인을 겨냥한 AI 방송 서비스다. 회사는 상품 정보를 입력하고 디지털 휴먼을 선택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라이브 방송을 시작할 수 있으며, 타오바오(淘宝), 징둥(京东), 메이퇀(美团), 더우인(抖音), 콰이서우(快手) 등 여러 플랫폼을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회사 홈페이지에는 2만 곳 이상의 상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건비를 80% 이상 낮출 수 있고 24시간 방송이 가능하다고 소개돼 있다. 다만 비용 절감률은 회사가 제시한 수치인 만큼 실제 고객별 결과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서비스의 특징은 전자상거래뿐 아니라 음식점과 같은 지역 서비스에도 AI 방송을 적용한다는 데 있다. 회사가 공개한 사례 가운데에는 AI 디지털 휴먼을 활용해 음식점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방송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 계정이 공개한 한 가재 요리점 사례에서는 5시간 방송에서 GMV 10만 위안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 같은 개별 사례는 플랫폼 또는 서비스 기업이 자체적으로 공개한 성과 사례다. 따라서 경제지 기사에서는 ‘5시간 만에 10만 위안 매출’이라고 단정하기보다 ‘회사가 공개한 사례에서는 5시간 방송의 GMV가 10만 위안이었다’고 표현하는 편이 안전하다. 더우인의 기술은 ‘미리 녹화한 아바타’에서 실시간 생성으로 판매 기능을 서비스하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는 바이트댄스(字节跳动) 계열 연구진이 개발한 플로액트-R1(FlowAct-R1)도 주목할 만하다.
2026년 1월 공개된 연구에서 FlowAct-R1은 실시간 상호작용을 위한 인간형 영상 생성 기술로 소개됐다. 연구진은 480p 해상도에서 초당 25프레임의 영상을 생성하면서 첫 화면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5초인 시스템을 제시했다. 또 영상 길이를 특정 시간으로 제한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AI 쇼호스트의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 과거 디지털 휴먼 방송은 미리 만들어둔 영상이나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방식이 많았다. 앞으로는 사용자의 질문이나 방송 상황에 따라 AI가 영상 자체를 실시간 생성하는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FlowAct-R1이 실제 더우인(抖音) 라이브커머스에서 24시간 상용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현재 확인되는 자료는 실시간 인간형 영상 생성 기술에 관한 연구 결과이며, 이를 실제 상거래 서비스의 상용 운영 성과와 동일시할 근거는 부족하다. 따라서 ‘더우인이 24시간 AI 쇼호스트를 상용 운영하고 있다’는 표현은 현재 자료만으로는 피하는 것이 적절하다.
농산물과 수출시장에서도 AI가 ‘영업사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AI 디지털 휴먼의 활용은 중국 내수 라이브커머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장성 이우시(义乌市)는 AI를 활용해 상품 설명과 해외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하는 상인들이 빠르게 늘어난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우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현지 시장에서는 약 3만 개 상점이 다양한 AI 도구를 상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샤오상 AI스촹(小商AI视创)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인이 직접 촬영한 영상과 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언어의 상품 홍보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실제 상인 사례도 있다. 이우의 양말 판매업자 푸장옌(傅江燕)은 AI를 활용해 다국어 상품 영상을 제작하고 해외 고객을 상대로 마케팅하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44개 언어를 지원하며, 푸장옌은 하루 80개 이상의 외국어 영상을 제작한다고 소개했다. 영상 노출을 계기로 해외 고객에게서 주문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휴먼 쇼호스트’와 ‘AI 다국어 영업사원’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AI는 상품을 설명하는 방송 진행자이면서 동시에 번역가이고, 콘텐츠 제작자이며, 고객 문의에 답하는 영업 담당자가 되고 있다.

중국의 실험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 중국 사례를 한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플랫폼 구조와 소비자 행동, 방송 규제, 노동시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흐름은 분명하다. AI 쇼호스트의 경쟁력은 인간보다 더 재미있는 방송을 만드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방송하지 않는 시간을 없애는 데 있다.
저녁 황금시간대에는 인간 쇼호스트가 방송하고, 새벽에는 AI가 상품 설명과 고객 응대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여기에 상품 데이터와 재고, 가격, 프로모션 정보를 연결하면 방송은 단순한 영상 콘텐츠가 아니라 상시 운영되는 판매 인터페이스가 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AI 디지털 휴먼의 확산을 볼 때 ‘인간 쇼호스트가 사라지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한 명의 사람이 하루 8시간 운영하던 방송을 AI가 24시간으로 확장했을 때 전자상거래의 비용 구조와 소비자 접점이 어떻게 바뀌는가에 있다.
중국 플랫폼들이 보여주는 현재의 답은 인간과 AI의 경쟁보다는 인간과 AI의 시간 분업에 가깝다. AI는 반복적인 상품 설명과 심야 방송을 맡고, 인간은 기획과 브랜드 메시지, 복잡한 고객 대응, 돌발 상황을 담당한다. 라이브커머스의 다음 경쟁이 ‘누가 더 유명한 쇼호스트를 확보하느냐’에서 ‘누가 더 많은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고객과 접촉하느냐’로 이동한다면, AI 디지털 휴먼은 단순한 방송 기술이 아니라 전자상거래 운영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현재 중국에서 진행 중인 변화에 대한 산업적 해석이다. AI 방송의 매출과 비용 절감 효과는 플랫폼·기업별 편차가 크고, 인간 방송과의 비교 기준도 서로 다르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홍보 수치를 시장 전체의 성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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