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시인 한정찬의 "산하 목가(山河 牧歌)"
산하 목가(山河 牧歌)
산새가 놓친
한 음절이
콩콩 콩
가지 사이를 건넌다.
가벼운 것은
가벼워진 채
마른 나뭇가지처럼
오래 흔들린다.
빈자리를 보면
지나간 것이
떨어진 흔적으로
먼저 보인다.
가을은
느릿느릿 왔다가
풀벌레의 소리만 남기고
조금씩 멀리멀리
사라진다.
잎 하나
빛 하나
바람 하나
기울기 하나
오전 오후 각각 하나
그리고 밤(夜) 하나.
사라진 것들은
사라지면서
더 오랫동안
긴 여운을 남긴다.
하늘이 높아질수록
땅은 점점 더 낮아지고
물은 날쌔게 흥행한
그 이름을 낮춰 버린다.
구름
물
햇빛
바람
비스듬한
흐름
젖음.
마침내
화음和音으로
내내 산하에 맴돌고 있다.
계절보다 더 오래
삶보다 더 멀리멀리.
나무 사이
접힌 악보처럼
그리움에 지친
한 음절이
걸려 있다.
그리워하면
그리워할수록
귀에 익은 목소리는
먼저 돌아와
내 자판에 앉는다.
사람들은
각자 무엇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누구의 목소리였는지
아직
말하지 않고.
한정찬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 고문,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발간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외



